지난 25일 잠실실내체육관에서 열린 민주당 서울시장 경선은 하나의 잔치였다. 정치인이 아닌 제3의 인물에 쏠린 언론의 관심에도 불구하고 이뤄진 경선이었다. ‘후보도 내지 못할 정도로 위기에 빠진 제1야당’ 이라는 오명을 벗고 다소나마 명예를 회복한 시간으로 평가된다.
정당의 존재이유는 정권창출이며, 수권정당이 되기 위해 끼워야 할 첫 단추는 후보를 내놓는 공천이다. 야당이 먼저 4명의 후보를 내세워 두 차례의 합동연설회의 다섯 번의 TV토론회를 거치며 존재 이유를 분명히 했다.
민주당은 이번 서울시장 경선을 통해 민주당은 정당정치, 대의민주주의 의미를 보여줬다. 그러나 이 한 번의 Show에 감동할 만큼 대중은 순진하지 않다. 이것이 Show가 아니라 ‘쇄신’이었음을 스스로 입증하는 방법은 남은 공천에 달려있다.
이제 우리는 남은 지역 가운데 서울의 양천구청장 재선거와 후보 공천에 주목하게 된다. 특히 양천구는 2007년에 이어 두 번째 재선거를 치르는 곳으로 여야를 합해 예비후보에 등록한 사람은 18명일 정도로 치열한 경쟁이 벌어지고 있다.
양천구는 소위 목동과 비 목동으로 지역이 나눠지며 주거환경 및 기반시설 인프라의 차이가 매우 큰 지역이다. 이 경우 후보자는 네거티브나 허위과장 공약을 남발하고 대중은 선동될 우려가 있다. 근시안적 안목의 공약과 유권자의 선택은 지방 예산을 ‘밑 빠진 독에 물 붓기’ 식으로 굴리며 다시금 정치인은 ‘그 밥에 그 나물’이라는 악순환으로 귀결된다. 여기에 지역이 갖고 있는 특성 상 ‘혈연과 정(情)’에 얽매여 알면서도 속는 후회할 선택을 반복하게 되는 것이다. 한 번 일정한 경로를 타면 나중에 그 방향이 비효율적이라는 것을 깨달아도 코스를 벗어나지 못하는 경로의존(path dependency)의 전형이다. 경로를 바꾸는 데 너무 큰 비용이 들기 때문에 시간이 지날수록 경로 의존성은 심화된다.
불행 중 다행인 것은 양천구는 비용이 발생하긴 했지만 아직 안전한 경로로 갈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뒀다. 여당인 한나라당은 이 지역에서 삼선(三選)에 도전하는 후보를 공천 하였다. 물론 국민여론조사 방식을 택했지만 특정후보를 위한 인위적인 ‘룰’이라는 비판과 함께 예비후보자 가운데 한 명은 무소속 출마를 강행하게 만들었다. 이는 민심을 읽는 대신, 경로의존성이라는 요행을 바란 것이다.
검증되지 않은 제3의 인물에 대중이 열광한 이유는 업적, 진취적 이미지, 사익보다 공익을 앞세워온 헌신적 행보였다. 여기에 양보라는 미덕이 더해지면서 유권자는 새로운 인물의 행보에 대해 Show가 아니라 감동으로 받아들였다.
10월 26일 잔치에 초대 된 유권자들, 그 날을 내년 총선의 전초전 삼아 승리의 기쁨을 누리고자 하는 정치인들이여. 두 가지 준비물만 갖추고 풍악을 울리자.
공동체를 업그레이드 하겠다는 열정이 있는가,
정당의 가치를 새롭게 하겠다는 진정성이 있는가를 가늠하는 잣대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