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문화회관 서울시오페라단(단장 이건용)은 오는 7월23일(목)부터 26일(일)까지 오페라계의 위대한 조상 ‘몬테베르디’의 오페라 <오르페오>를 국내 초연으로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 무대에 올린다.
▣ 오페라 계의 위대한 조상, 몬테베르디(1567~1643) 그는 누구인가?
전 세계 주요 오페라 극장과 페스티벌을 비롯해 국내에서 자주 공연되는 오페라 작품들의 작곡가들을 살펴보자. 이탈리아 오페라 작곡가로는 롯시니, 도니제티, 벨리니, 그리고 베르디와 푸치니의 작품이 주를 이룬다. 그리고 독일 오페라 작곡가로는 대표적으로 모차르트와 바그너를 들 수 있다. 거장들의 주옥같은 대표 작품들이 세계에서는 물론 국내 무대에서만 일 년에 수십회 이상 공연된다. 그런데 이러한 세기를 대표하는 작곡가들보다 앞선 세대, 일명 ‘오페라 계의 조상’이라고 할 수 있는 작곡가가 있다. 바로 ‘클라우디오 몬테베르디’다.
Enjoy, Monteverdi!
오페라 작곡가로서 대중에게 다소 생소하게 느껴질 수 있는 몬테베르디의 작품 활동을 살펴보면 실로 대단하다. 그는 16세기 중반 르네상스의 최고 접점에서 활동하며 바로크 음악 세계를 창시했다고 볼 수 있다. 또한 ‘오페라’라는 장르 자체가 생소한 당시에 강한 생명력을 불어넣어 종합예술로 탄생시킨 진정한 이탈리아 오페라의 아버지라 할 수 있다.
몬테베르디가 활동할 당시 이탈리아에서는 고대 그리스의 문예부흥 운동이 한창이었고, 예술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게 이루어졌을 때였다. 피렌체의 귀족 바르디 백작 가(家)에서도 르네상스의 영향을 받은 많은 음악가들과 문학가 등 당시 예술가들이 모여 ‘카메라타’라는 모임을 결성해 음악과 극의 결합에 관해 깊이 연구했다. 이러한 사회적 배경에서 몬테베르디는 오페라라는 장르를 탄생시키는 데에 큰 역할을 했다.
▣ 그 동안 국내에서 볼 수 없었던 역사적인 걸작
몬테베르디의 오페라 중 현재 남아있는 작품에는 <오르페오>, <율리시스의 귀향>, <포페아의 대관식> 등이 있다. 특히 음악사상 최초(지금으로부터 약 408년 전인 1607년 초연)의 본격적인 오페라로 알려져 있는 <오르페오>는 몬테베르디의 전 작품 중에 가장 뛰어나다는 평을 받고 있다.
이 작품은 당시 귀족들의 아낌없는 지원 아래 탄생한 대표적인 궁정 오페라로써, 당시 음악 사상 최초로 음악과 극이 함께 어우러지며 아리아와 서곡 등 오페라 형식을 갖추기 시작했다. 또한 오페라 <오르페오>는 새로운 오페라의 개념을 실험적이고 탐구적인 수준을 넘어 고급 예술의 영역으로 끌어올린 기념비적인 작품이다.
국내와는 다르게 국제 오페라 무대에서는 이 작품이 비교적 자주 공연되어 왔다. 그러나 국내에서는 대중에게 바로크 초기 오페라가 생소하기도 하고 원전 악기들로 편성되어 있는 작품을 그대로 재연하기가 쉽지 않아 그 동안 공연되지 못했다.
몬테베르디가 오페라를 작곡했을 당시, 그는 무엇보다 음악 안에 가사가 담고 있는 내용과 감정이 풍부하게 표현되기 원했다. 그래서 오페라 <오르페오>의 선율은 단순하다고 볼 수 있지만 낱말 하나하나에는 감정이 넘쳐흐른다. 극 중 음악에서 언어가 진정한 감정을 표현할 수 있음을 여실하게 보여주고 있다. 이야기 역시 그리스 신화 ‘오르페우스와 에우리디체’를 바탕으로 하기 때문에 극 중 주인공 오르페오 뿐만 아니라, 신과 목동 등 독특한 등장인물의 가사를 통해 극에 더욱 빠져든다.
극 중 주인공 오르페오는 음악가다. 인간은 물론 동물, 산천초목과 지하의 신까지 감동시키는 아름다운 소리를 가진 그가 어느 날 아내를 잃고 만다. 사랑하는 아내를 잃고 슬픔에 빠진 오르페오가 삶과 죽음의 경계를 넘어 아내를 찾아나선 이야기다.
나는 살아있지 않아요
왜나하면 내 사랑스런 여인이 생명을 빼앗겼으니
이제 내 마음은 나를 떠났네...
마음이 없는 사람이 어찌 살아 있다 할 수 있을까
그녀를 찾아 나는 이 암흑의 길을 걸어 왔어요
그 곳이 지옥이든, 그 보다 더한 곳이라 할지라도
아름다운 에우리디체가 있는 곳이
바로 낙원이라네...
-오르페오 中-
서울시오페라단에서는 작년부터 몬테베르디의 이 기념비적인 작품의 국내 초연을 기획을 했다.
예술총감독 이건용(서울시오페라 단장)은 “70년 가까운 우리나라 오페라 역사에 몬테베르디 <오르페오>가 빠져있다는 것은 악단의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는다”고 여겨 이번 공연을 추진하기 시작했다. 이번 공연에서 연출과 지휘는 각각 김학민, 양진모가 맡았다.
김학민 연출은 이번 공연의 연출 컨셉을 ‘길’로 잡았다. 작품 내 지상 낙원 안에서 결혼식의 장소와 들판을 이어주는 길, 죽은 아내를 찾기 위해 현세에서 지하 세계로 들어가는 길 등... 이 작품에서 시간과 공간을 달리하는 수많은 형태의 길들을 보여주고 싶다고 한다. 무대 세트 역시 이를 뒷받침해 줄 예정이다.
또한 그 동안 바로크 음악 및 고음악의 대표적인 학자 정경영 교수가 이번 공연에서 바로크 음악감독을 맡았다. 그는 양진모 지휘자와 함께 <오르페오>에서 연주되는 악기 구성을 연구하며 현재 사용되고 있는 <오르페오> 오케스트라 악보를 이번 공연을 위해 새롭게 구성했다.
오케스트라 편성을 모두 원전 악기로 공연하기에는 아무래도 무리가 따른다는 판단 하에 바로크 음악 연주법은 유지하되 대부분의 악기는 현대 악기로 편성했다. 지휘자 양진모는 지휘뿐만 아니라, 쳄발리스트 김희정 교수와 함께 쳄발로를 연주하며 출연 성악가들과 호흡을 함께 할 예정이다.
특히 이 작품의 주된 이야기를 끌고 갈 주인공 ‘오르페오’는 부담이 큰 역이다. 이 작품은 바로크 음악에서 주는 아름다운 선율이 주가 되는 오페라이지만, 우리가 흔히 떠올리는 오페라 작품 속에 등장하는 익숙한 선율이 담긴 아리아가 없다. 그리고 각 배역의 음역이 테너나 바리톤, 혹은 소프라노나 메조 소프라노로 규제되어 있지 않다. 가사 자체도 이탈리아 고어로 표현되어 있기 때문에 발음을 구사하기가 역시 쉽지 않은 작품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신화 속 인물의 캐릭터를 표현해 내야 하는 것이 관건이다. 이런 점들을 고려하여 캐릭터에 정통한 성악가들을 캐스팅하는 데에 심혈을 기울였다.
이 작품의 중요한 배역인 ‘오르페오’는 인간은 물론 동물과 산천 초목까지 감동시킨다는 노래 실력을 갖춘 주인공이다. 이 배역은 바리톤 한규원과 테너 김세일이 출연하여 다른 음역대의 성악가가 각각 다른 매력의 오르페오를 표현할 예정이다.
(홍주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