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운동이 드디어 시작되었다. 벌서부터 ‘재산의혹, 병역의혹’ 등의 선동적인 네거티브 전략, ‘좌파우파 강남강북’ 이분법으로 요란하다. 서울시장 자리는 ‘대권을 위한 교두보’라는 말도 나온다. 시장후보 자신이 서울시장에 당선된 후 장차 대권을 노릴 수 있다는 뜻도 되고, 다음 대통령후보를 당선시키는데 서울시장이 큰 역할을 할 수 있다는 뜻도 되겠다.
그러나 이번 선거는 서울시민을 위한 서울시장을 뽑는 지방자치선거에 불과하다. 전임 오세훈 시장의 중도하차는 이번 후보들에게 여러 시사점을 던져준다.
막스 베버가 “직업으로의 정치”라는 책에서 언급한 몇 기준에 비추어 지적해본다. 약 100여년 전의 독일 사상가의 생각이지만 오늘날에도 여전히 유효하다
막스 베버는 직업정치가 유형으로 법률가가 보여주는 “법률적 합리주의”를 높이 평가하였다. 나경원, 박원순 후보 모두 법률가 출신이다. 막스 베버는 정치구조의 혁명적 변화가 합리적 국가의 발전이라는 방향으로 진행된 곳이면 어디서나 숙련된 법률가들이 이 변화를 주도했다고 보았다. 그러나 한국 정치현실에서는 법률가 출신이어도 법률적 합리주의가 결여되거나 무관한 경우도 많다. 우리나라의 율사 출신, 현직 국회의원들을 보더라도 그렇다. 공천권을 쥔 당 보스에 대한 맹목적 충성심, 이권분배에 관련한 지역적 패거리 의식에 매몰되어 반법률적 비합리적 행태를 보여주기 일쑤이다. 전임 오시장 역시 그 재임 중에 법률적 합리주의라는 특성에 기초한 서울시정 개혁정책을 달리 인상 깊게 보여준 바 없었다.
우리가 뽑는 서울시장이란 자리에는 이른바 서울공화국의 수장으로서 갖는 상징성이 있다. 서울시장의 정책이 전체 국민들에게 미치는 파급효과는 상당하다. 서울시장은 중앙정부나 청와대의 정치적 하수인이 아니다. 또한 서울시장은 예산배분을 볼모로 하급자치단체장들에게 군림하는 자리도 아니다. 장차 헌법 개정을 논의함에 있어서도 “현행 헌법의 지방자치 관련조항의 허술함”을 지적하면서 그 지방자치권과 자치과세권에 관한 대안을 적극 제시하여야한다. 요컨대 정치와 법, 국가정치와 지방자치행정의 상호관계를 재정립하면서 법률가적 합리주의를 강력하게 실천할 수 있는 면모를 서울시장후보는 지녀야 한다.
막스 베버는 정치가의 자질로 “열정, 책임감, 균형감각”을 먼저 제시하였다. 특정보스에 대한 복종, 특정지역과 특정신앙에의 충성이 정치가의 열정이 될 수 없다. 정치가의 열정은 객관적 태도로서 그의 열정적 헌신은 책임의식과 균형감각에 연결되어야한다. 정치는 확실히 머리로 하는 것이지만 꼭 머리로만 하는 것이 아니다. 정치가 수준이 선동적 언변이나 이미지 미모로 결정되어서는 아니 된다. 훌륭한 리더는 이권과 일자리를 노리기에 급급하는 자파 지지자들과 일정한 거리를 두어야한다. 당선이 되자마자 권력감에 도취된 벼락부자의 흥분상태에서 반대파를 내몰아치기에 바쁜 게 한국정치의 서글픈 현실이다. 정치가의 열정은 대의에 대한 헌신일 뿐 결코 일방적 독선이 아니다. 막스 베버는 또한 신념윤리와 책임윤리가 조화롭게 상호보완이 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자기가 옳다고 여기는 신념의 실현에 관한 신념윤리’도 필요하겠지만 ‘자신이 선택한 행동의 결과에 대해 책임을 져야한다는 원칙을 저버리지 않는 책임윤리’도 지녀야한다는 것이다.
자 그렇다면 어떤 후보를 찍어야 할까? 오로지 득표 가능성과 득표력 여부만 저울질하면서 각종 이권세력과 이념세력에 아부하고 추종하는 후보를 뽑아서는 아니 된다. 보통시민과 서민들을 어느 날 갑자기 모두 잘 살게 만들 수는 있는 후보는 세상 어디에도 없다. 노인들과 실업층의 피폐한 삶을 미끼삼아 선심공약을 마구 남발하는 후보는 쫒아내자. 한국정치 수준이 후진적인 이유 하나는 유권자들이 요행수를 바라고 감성적으로 마구 찍기 때문이다. 한국유권자들이 늘 반복하며 실수하는 고질병으로 여겨진다. 정치판 선거판에 메시아는 없다. 그 후보가 선거꾼 선동가라는데 서울시를 통째로 맡길 수는 없을 터. 지방자치선거의 승리를 특정파당과 특정지역 패거리를 위한 전리품으로 간주할 가능성이 높은 자는 미리 차단하자. 여론지지율에만 급급한 대통령 앞에서도, 반대의견을 지닌 다수파 시의원들 앞에서도 당당하게 설득하고 인내심을 가지고 타협할 수 있는 후보를 선택하자.
막스베버는 정치란 “열정과 균형감각” 둘 다를 가지고 단단한 널빤지를 “강하게 그리고 천천히” 뚫는 작업이라고 말하였다. 그리고 어떤 상황에 대해서도 “그럼에도 불구하고!”라고 소신 있게 말할 능력이 있는 사람, 이런 사람만이 정치에 대한 소명을 가지고 있다고 강조하였다. 서울시장 투표일 10.26일이 기대된다.